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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공유 생활정보

[자궁근종수술후기] 자궁근종 수술 다음 날_입원 3일차

 수술 다음날, 이른 아침이 되자 간호사께서 정맥주사를 교체하고 일반 주사로 교체한다고 하셨다. 

정맥주사 안녕

 복부의 통증이 가라앉은 만큼 정맥주사 혈관통이 심해졌다. 그래서인지 주사 교체 소식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어려운 정맥 주사를 한 번에 성공하셨으니, 채혈이야 쉽지 않겠는가. (하지만 인생 쉽지 않다)

채혈

 왼손은 이미 정맥주사로 쓰인 상태이기 때문에 주삿바늘을 넣을 수 없었다. 남은 오른손에 채혈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신비로운

나의 몸뚱이. 혈관이 잘 보이는 편인데 넣으면 터진다. 또 넣으면 또 터진다. 간호사 교체 후 또 넣으면 또 터진다. 터지고, 터지고, 남은 자리가 거의 없었다. 점점 연차 높은 간호사 선생님이 호출되고 결국 오른쪽 손등에서 힘겹게 채혈을 마무리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핏줄이 터질 때마다 너무 조심스러워하셔서 제 몸뚱이가 잘못된 것이니 제가 죄송한 일이라는 농담을 했다. 정맥주사와 헤어진다고 혈관통과 헤어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수술 후 첫 식사 : 미음과 수프

 곧 조식이 준비되었다. 화려한 보호자식과 초라한 환자식.

첫 식사 수프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를 닦고 화장실도 가고 본격적으로 천천히 병원 복도를 걸었다.

수술 후 가장 중요한 것 : 걷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자신의 체력에 맞게 최대한 많이 걷자. 일어날 때 무통 주사와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걸으면 오히려 체력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수술 후 몸을 가만히 두면 유착 가능성도 커진다고 한다. 특히 아침에 갈비뼈 사이에 가스통이 있었는데 좀비처럼 걸었지만, 그래도 좀 걸으니까 신비롭게도 통증이 사라졌다. 운동화는 신을 수 없으니 반드시 편한 슬리퍼를 준비하자. 나도 모르게 무리를 할까 싶어 시간을 재서 (5분 걷고 45분 쉬는 등) 걷는 시간을 천천히 늘려나갔다. 

수술 후 두 번째 식사 : 죽 

 점심에는 죽이 나왔다. 점심 후 엄마와 샴푸실에 가서 시원하게 샴푸를 했다.

일산차병원 샴푸실

일산차병원 샴푸실은 환자를 위한 섬세한 복지였다! 너무 시원하고 정말 좋았다! 샴푸 후 상쾌한 기분으로 조금 걷고 나니, 혈관통은 더 심해졌다. 웬만하면 참겠는데 정맥주사보다 더 아프고 팔 전체가 얼얼하고 손이 팔뚝 전체가 만화처럼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혈관이 다 터진 상태라 이것도 터져버린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점점 심해져 오른팔을 들기만 해도 고통이 느껴져 병동 간호사실로 찾아갔다. 역시나 뭔가 잘못됐다. 일단 주삿바늘을 뺐다. 무통 주사도 사라지는 것이다. 무통의 마법이 없으면 운동이 힘들어 바로 병실 침대에 누웠다.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상태 확인을 위해 병실로 오신 간호사께 먹는 약으로 대체할 수 없냐고 물어보니, 교수님께 확인 후 링거로 약을 다 맞는 게 낫다고 하셨다. 바로 주삿바늘을 꽂지는 않으셨는데 부기가 가라앉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있고, 높은 연차 간호사의 출근을 기다리시는 것 같았다.

수술 후 세 번째 식사 : 일반식

 저녁 식사부터는 본격 일반식이지만 본격적으로 오한이 찾아왔다. 그때까지도 방귀를 못 뀌어서 그런지 밥을 한술 뜨지 못했다. 일단 오한으로 열이 오르는 것 같아 간호사 호출을 했다. 열이 나는 건 알려야만 하는 주요 증상이라 지체 없이 호출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열이 났다. 정맥주사 삽입해 주셨던 간호사 선생님 같았는데 오른쪽 손등에 다시 한번 시도해 주셨고 다행히 결국에는 성공했다. 

 링거에 약을 연결해 투여하는 데 정말 칼로 팔을 베어버리는 듯한 혈관통이 이어졌다. 약이 들어가는 순간에는 복부 통증보다 혈관통이 훨씬 심했다. 바늘로 팔을 여러 번 찔렀을 때도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였다. 혈관통은 답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참기로 했다. 무통 부작용 후기나 가스통 후기는 많아도 혈관통 후기는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그 희한한 일을 겪는구나 싶었다.

 약의 힘으로 열도 떨어지고 8시경에는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었다. 오한이 해결되니 방귀가 문제였다. 내일이면 퇴원인데 아직 방귀가 없다니.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원래 스트레스로 소화기관이 망가진 상태로 입원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했다. 오직 걸어야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밤 10시 30분까지 30분 걷기와 10분 휴식을 반복하였다. 무통 주사가 없어 계속 누워 있기도 했고, 혈관통과 복부 통증으로 잠을 자기 어려웠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걷기 운동한 것이다.

반가운 방구

열심히 걸었기 때문일까? 걷기 운동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밤 11시 경이되자 드디어 첫 방귀가 나왔다. 방귀가 나오니 숙제가 해결된 느낌이었다.